[의경] 전의경이야기 : 받데기, 챙이 자체기수 보직 유래
- 의경이야기, 의무경찰
- 2019. 8. 16. 00:02
스피드웨권의 전의경 이야기!
그 때 그시절 전경, 의경 악습 자체기수
받데기(밧데기), 챙이, 챙짱... 막내 및 후임대원 관리 역할
깨쓰(깨스), 물땅, 물당, 다리미 등등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을까?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스피드웨권입니다! 의경시리즈 연재하면서 요즘 의경문화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는데, 추억삼아서 방문해주신 2011년 이전, 그러니까 의경문화 개선 전 악습이 잔존하였던 시절에 의경 복무를 하신 분들도 많이 댓글을 남겨주시고 연락도 해주셨습니다. 문득 스피드웨권의 의경이야기는 단순히 의경 복무를 진행 중이시거나 의경 지원을 꿈꾸는 분들만이 아닌, 전의경 출신이시거나 관심이 많은 분들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도 떠오르고 더불어 보통 군대이야기를 할 때 전의경 이야기는 잘 다루어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조금 특별한 이야기도 다루게 되었습니다.
전의경 복무와 생활의 역사, 그리고 전의경 출신이신 여러분 모두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도록! 스피드웨권은 조금 더 귀기울이고 혁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 그럼 이번 스피드웨권의 전의경이야기 주제는 바로 받데기, 챙이와 같이 2011년 이전에 당연시 되었던, 자체기수 또는 자체보직이라는 이름하에 존재하였던 전의경 악습에 대해서 다루고자 합니다. 아마 2011년 이전의 전의경 복무를 하셨거나 혹은 웹툰 노병가, 뷰티풀군바리를 보신 분들이라면 많이 들어보셨을 이름일텐데요?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이 둘은 애초에 전의경 복무규율에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악습이고 애초에 공식명칭도 아니었죠! 전의경 생활문화 개선이 되는 동시에 아예 금기어로 만들어진 것도 이 이유입니다.
일단 이 두 가지 보직이 어떤 역할인지 알아볼까요?
1. 받데기 (받대기, 밧대기, 밧데기, 바떼기 등)
명칭이 가지각색이라서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으나, 경찰청에서 발간하였던 공식 생활가이드북 매뉴얼에서는 '받데기' '받돌'이라고 불렸습니다.
이름의 유래는 받쳐주는 역할이라고 해서 받치는 기수를 의미하죠. 이 보직은 후술할 챙, 챙짱을 보조하여 후임대원들을 교양하고 관리하는 기수이며, 대략 빠르면 일꺽(일경 5호봉), 늦으면 상꺽(상경5호봉) 쯤에 받게 되는 보직입니다. 챙을 대신하여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관리라는 이름으로 악습을 행하는 역할이기도 하였죠.
특히 이전 부대마다 달랐지만 막내기수 대원들이 일이 미숙하거나 인원수가 적으면 막내역할들을 보조하기도 하며 특히 그 어려운 다림질이나 구두닦이 등을 해야하기도 하였습니다. 더불어 대원들이 사고를 치거나 막내기수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냥 고참들 기분이 안 좋을 때 큰 피해를 보기도 하는데 챙으로부터 갈굼을 받게되고 이를 막내기수들한테 직접 교양해야합니다. (이 말이 즉 가혹행위를 해야하는 역할...)
의경복무 시절에 전의경 생활문화개선 관련 책에서 받데기 역할을 맡았다가 2011년 전의경 생활문화개선으로 보직을 내린 분의 경험담에 의하면 챙으로부터 혼나고서 때리거나 욕을 해서라도 막내기수를 굴리도록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되고 힘들었다고 합니다. 수필하신 분은 성격이 좀 여린(?) 타입이어서 혼내러 간다는 명목하에 조용한 공간에서 위로해주기도 하고, 생활문화개선이 실시되었을때 상당히 기뻤다고 할만큼... 여러모로 뼈아픈 기억을 남게하는 보직인 듯 합니다...
2. 챙이, 챙짱, 챙, 서무기수
받데기 다음으로 받게 되는 보직입니다. 이름은 챙기는 기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상꺽에서 상경말호봉 쯤에 담당을 하게 되는데 각종 서무적인 업무, 막내기수부터 받데기(혹은 예비 챙)까지 대원관리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장 바쁘면서도 열외 다음으로 많이 기다리는 보직입니다. 받데기처럼 후임대원들의 잘못을 대신 혼나는 일이 많아서 이에 대한 가혹행위를 많이 하는 역할이기도 하였습니다. 참고로 이 다음이 수경을 앞두어서 열외 혹은 수인 역할을 앞두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다고도 하는군요..
현재 챙이라는 명칭의 보직은 없어졌지만, 근무표 편성은 소대의 반장역할인 소대수인, 분대일지 작성 및 소대 서류 정리는 각 분대의 분대장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부대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외
깨스, 까스라는 이름으로 선임대원이 후임대원의 생활을 제한하는 말입니다. TV시청금지, 흡연금지, 물마시기 금지, 화장실 사용 금지, 취침 금지, 전화 금지 등 사소한 것부터 정말 생활의 필수인 것까지 모두 못하게 하죠... 참 고통스럽겠죠? ㅠㅠ
그 외에도 선임대원이 혼나는 모습을 보지말고 시선을 낮추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악습의 명칭이나 단어가 많지만 여기 세 가지가 거의 많이 알려진 악습입니다. 또한 거의 대부분 부대에서 명칭이 비슷하였던 악습이었죠... 물론 제가 의경생활을 하던 때는 뷰티풀군바리 같은 웹툰이나 부대에서 지급해주었던 생활가이드북 매뉴얼에 적혀있던 악습의 사례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경생활을 하던 21개월, 전역을 한 현재까지도 계속 이 문제는 풀지 못하는 의문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이 악습은 최초로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전국의 전의경 부대에 거의 공통적인 명칭으로 유포되었을까요?
일단 위 악습 명칭들이 아주 예전에도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다음포털에서 검색해보았습니다. 확실히 2001년 이전에도 이 명칭들이 있었군요? 더군다나 궁금한 마음에 전의경 출신이셨던 소대장님, 부관님, 중대장님께도 여쭤드려보고 경찰청 블로그 기자단 활동 때 뵙게 된 전의경출신이신 현직 경관님들께도 질문을 드려보았습니다. 모두 같은 말씀으로 해당 명칭의 보직이 있었다고 하셨으며, 이분들 중에 가장 선배이신 분에 80년대 초중반에 근무를 하셨는데 역시 받데기, 챙이란 이름의 자체보직을 맡은 경험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90년대 초반에도 전국적으로, 대부분 경찰서에는 전의경 부대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인터넷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라서 이같은 명칭들이 인터넷에서 알려지기도 힘들었고, 경찰청에서는 이 명칭들이 전의경들의 "악습"이었다고 규정하고 금지시켰습니다. 대체 악습으로 불리는 이 명칭들이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서 전국의 전의경 부대에 공통적으로 적용이 된 것일까요? 꽤 오랜 시간동안 수소문을 했지만 정확한 답을 찾기는 어려웠고, 대신에 몇 가지 추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1. 음어?
2000년대 전경대 출신이신 분이 추측해주신 가설입니다. 사실 챙이, 받데기는 공식 무전음어으며 원래는 집회시위에서 방패를 담당하거나 봉을 맡은 보직이었다. 해당 역할을 하는 음어로 쓰이다가 아예 후임을 관리하는 역할까지 부여받으면서 악습명칭으로 변절되었다는 가설인데요.
그럴싸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억측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과거 전의경 부대에서는 거의 막내기수에 속하지만 키가 좀 크거나 해서 또는 고참들이 자기들 안전을 위해 방패조를 막내기수 급에서 많이 했다고도 합니다. 따라서 일리있어 보이지만 약간의 모순이 있기 때문에 아닐 가능성이 크죠.
2. 텔넷 등으로 알려져서 전국 전의경들이 사용하게 되었다?
인터넷은 잘 발달되지 않았지만 텔넷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전의경관련 채널이 만들어져서 얘기를 하다가 누군가가 "우리부대에는 챙이와 받데기라는 보직이 있고, 이런이런 역할을 한다. 너네도 있냐? 이런 체계 만드는 것이 어떻냐?" 등의 글이 올라오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챙이와 받데기가 전국 의경부대에 거의 공통적으로 적용되었고 명칭도 비슷한 이유가 되었다는 추측입니다.
역시 억측에 가까운 것이, 비록 텔넷이 있더라도 전의경관련 채널을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1990년대 초반 당시에 텔넷이 겨우 자리잡게 되었지만 그나마 막 활성화되던 채널이 불법다운로드 혹은 친목 정도였는데 전의경 채널이 바로 활성화되기는 어려웠겠죠?
일단 확실히 받데기와 챙이라는 명칭이 있었던 시절과 인터넷이 보급화된 시절을 생각하면 정보통신 등으로 인하여 유포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3. 경찰학교 쪽에서 공식으로 인정하고 가르친 공식보직명칭이었다?
받데기와 챙이는 과거 경찰청 매뉴얼에 있었던 공식 명칭이었다. 논산훈련소 수료 후 전의경대원들이 교육을 받는 중앙경찰학교에서 '받데기'와 '챙이'라는 이름의 명칭을 설명해주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가르쳐주었다. 당시 중앙경찰학교는 원산폭격이나 구타 등의 가혹행위가 존재하였던 시절인 만큼 악습에 준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도 않았다.
일단 요즘은 논산훈련소 4주 훈련을 받고서 2~3주동안 지방의 경찰학교 (ex.벽제경찰학교) 등에서 의경 교육을 받게 되지만, 2010년 이전에는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또한 그 당시에는 요즘의 지방경찰학교의 혹독한 훈련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가혹한 얼차려가 있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다만 이 가설은 그나마 1번과 2번보다는 낫지만 역시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일단 받데기와 챙이가 중앙경찰학교에서 가르쳐준 공식 명칭이라면 최소한 80년대 초반 출신이시면 그런 사실이 있다고 말씀해주셔야합니다. 경찰청에서 선발하는 의무경찰은 1983년에서야 최초로 입영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나 전혀 그런 교육을 한 적이 없다고 하시는 것을 보면... 역시 시대상으로 본 추측으로 보입니다 ㅡ.ㅡ;;;
4. 초창기 전경대의 공식 보직 명칭이고 이것이 전의경으로 부대가 넓혀지면서 퍼져나갔다?
의경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오직 작전전경(전투경찰)제도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최초 전경 1기를 교육한 교관과 조교들이 해병대 등 다른 편성군 출신이라고 하는군요? 즉 이들 편성군대에 있던 악습과 명칭들이 고스란히 최초의 전경들에게 유입되었고, 해당 전경들은 1기 이후에 들어오는 후임들에게 그 악습들을 전파하기 시작하였죠. 그 이후로 1983년 의경 1기가 들어오면서 선배격인 전경들로부터 해당 악습들을 그대로 전해받고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가설입니다. 아주 초창기 전경대는 거의 하나의 건물에서 생활하고 교육받았기 때문에 하나의 명칭을 여러명이 전파받을 가능성도 있고, 의경 역시 아주 초창기에 같은 말로 교육을 받았으니 명칭이 같아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정리하자면, 타편성군 출신 교관과 조교 -> 전경 1기 (받데기, 챙이 등 악습을 전해들음) -> 전경 이후 기수들이 듣게 됌 -> 의경제도 신설 및 전경들로부터 악습을 전해받음 -> 의경을 확대하여 전국적으로 의경부대가 편성되기 시작하고 뿔뿔이 대원들이 흩어짐. 동시에 전국 부대에 흩어진 대원들이 챙이와 받데기 등의 악습을 후임들에게 알리고 이어옴 -> 2011년 전까지 유지
4번의 경우 가장 유력한 가설이자 혹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유포된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일단 가설을 잘 살펴보면 그럴싸하는 동시에 실제로 초창기 전경을 교육한 사람들이 해병대 출신이자 꽤 혹독한 사람들이었다는 설도 들었거든요...
어찌되었든 이미 지나간 일이고 몇 년 후면 정말 의경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받데기와 챙이라는 명칭은 경찰청에서 인정한 악습에 해당되는데 어떻게 전국의 의경부대가 거의 비슷하거나 같은 명칭으로 이어왔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전의경 출신 분들이 보내주신 추억의 자료들 중 두 가지입니다. 왼쪽 수지 분의 경우에는 전의경 생활문화개선으로 악습이 타파되기 시작한지 몇 년 후에 홍보대사로 발탁되었을 때 포스터라고 하더군요? 물론 전의경 악습과 구타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상당히 기겁했었다고 합니다. 오른쪽의 경우 2010년대, 즉 아직 악습이 남아있던 시절의 홍보포스터라고 합니다. 당시 막 21개월로 복무기간이 단축되었고, 전의경 악습이 뉴스에 슬슬 나오기 시작하면서 약간의 자체적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전의경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이들이 지원을 하지 않자 이와 같은 방법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아래에 경찰특채 및 각종 메리트를 설명한 것도 덤이었죠. :-)
보내주신 분은 강민경 분의 사진 보고서 신뢰감을 느끼고 지원했다가 후회할 뻔.... 했는데 때마침 거의 신병을 벗어날 때 급에서 생활문화개선이 진행되어서 간신히 살았다고 하십니다 ^^;;; 이젠 모두 지나간 일이겠지만....
당연하지만 현재 의무경찰 모집 홍보포스터는 더 이상 제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의경 메리트가 상당하여 지원하는 분들이 하늘을 찌르고 동시에 의경 폐지절차로 인하여 해마다 모집인원은 감소하니까요. 아마 저 포스터들처럼 스피드웨권의 의경이야기 역시 의경 역사 중 하나로 남을 수 있겠죠? 그 때까지 전의경 여러분들과 함께 마지막까지, 그 이후까지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스피드웨권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의무경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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